 유럽 친환경 건축 앞으로, 앞으로… (스크랩) |
▲유럽에 속속 등장하고 있는 신개념 친환경 건축물들. 위부터 건물이 연못 안에 들어가 있는 네덜란드의 아펠도른 국세청, 가스 공장 터에 지어진 독일 연방환경청, 새로운 통풍 시스템을 채택한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 /뉴욕타임스
네덜란드, 연못아래 국세청 연료 써대는 냉난방 불필요
獨 환경청은 투명천장 채광 유리창 색깔도 주변과 맞춰
최규민 기자 min4sally@chosun.com
입력 : 2007.05.22 00:35
올해 완공된 네덜란드 아펠도른의 국세청 건물은 땅 위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건물 전체가 거대한 연못 아래 지어졌기 때문이다. 햇빛을 받아들이는 ‘빛의 우물’만 잠망경처럼 연못 위에 불쑥 솟아 있다. 연못 덕분에 여름과 겨울에 별다른 냉난방 없이도 실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고, 외부 침입자도 막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一擧兩得)이다.
이 건물은 유럽의 친환경 건축물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고 뉴욕타임스(NYT) 선데이 매거진이 20일 보도했다. 유럽의 요즘 건축물들은 태양열 발전판이나 재활용 건축자재 등 1970년대에 친환경에 필수적이라고 여겨졌던 요소들을 과감히 탈피, 디자인 면에서 자유분방하면서도 훨씬 환경 친화적이다.
한때 산업 폐기물과 화학물질을 잔뜩 배출했던 독일 데사우 가스공장 터에 지어진 독일 연방환경청 건물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알록달록한 색유리로 덮여 있는 이 4층짜리 목조 건물은 겉으로는 평범해 보인다. 건물 안쪽에는 지하에 매설된 파이프 라인을 통해 냉난방이 조절되는 거대한 정원이 조성돼 있고, 통풍구가 열려 있는 유리 천장을 통해 자연광뿐 아니라 산들바람도 불어 들어온다. 색색의 유리창 또한 주변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해 세심하게 선택된 것이다. 녹색은 자연, 붉은색은 창고의 벽돌, 푸른색은 하늘과 조화를 이룬다.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건물”이라는 찬사를 받은 이 건물은 지난해 영국 왕립 건축가협회상을 수상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도 겉보기에는 친환경과는 그다지 연관이 없어 보인다. 알루미늄으로 둘러싸인 나선형의 건물 외양은 첨단기술과 스피드를 연상시키지만, 건물 내부에는 새로운 개념의 통풍 시스템이 숨어 있다. 사용한 공기를 기계를 통해 계속 재생하는 기존의 냉방 방식 대신에, 이 박물관의 두꺼운 콘크리트벽은 덥고 찬 공기를 저장할 수 있게 돼 있고, 이 공기를 자연스럽게 중앙홀로 내보낸다. 또 박물관에 불이 나면 통풍 시스템은 중앙홀에서 일종의 작은 소용돌이가 일어나 연기를 흡수하도록 설계됐다.
이러한 친환경 건축물의 진화는 1990년대 중반부터 유럽 연합과 각국 정부가 새 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강력히 규제한 덕분이라고 NYT는 전했다.
건축가들이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집중한 결과 친환경적이면서도 창의적인 대형 건축물이 일상화됐다는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은 아직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해, 미국 건물은 평균적으로 독일 건물보다 3분의1가량 에너지를 더 소비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일부 추정에 따르면, 미국의 건물 전체가 소비하는 에너지는 산업계와 교통수단이 소비하는 에너지를 합친 양과 맞먹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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